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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문희네 집
매주 월요일 밤 연재됩니다. 글 허진

 

일요일 아침이다. 아침 10시가 되었는데 일어나란 소리가 없어서 미순은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보통때 같으면 꼭두새벽부터 깨워서 인형 눈알을 붙이라고 했을텐데

이게 웬일인가 싶어서 불안하다. 더 자고 싶지만 궁금한 마음에 살짝 방문을 열고 나와 보았다.

여기저기 인형이 널부러져 있는 것은 똑같았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안방에 있나 ? 안방문을 열어보았는데 아직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는 아빠가 보였다.

냉장고를 열어보았는데 먹을게 하나도없다. 콩자반하고...계란이 두 개 남아 있다. 김치도 다 떨어져간다.

아침부터 라면이라도 끓여야 하나...할 수 없이 미순은 냄비에 불을 올리고 라면을 뜯었다.

그때 아빠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미순아빠:  니 엄마는 어디갔니?

미순:  없어..

미순아빠:  아침부터 라면끓여?

미순:  밥이 없어.

미순아빠:  하면 되잖아.

미순:  반찬도 없고..국도 없고..

미순아빠:  이 여편네가 진짜 아침부터 어디간거야..

미순:  요새 냉장고에 먹을게 점점 없어져.. 맨날 라면 끓여먹는다니까.

 

미순엄마:  근데..딱 천만원이 모잘랐잖아..그래서 내가 여기저기 부탁해서 천만원을 만들어서 해결했지.  카드깡도 좀 하고.. ... 윗집에 철호엄마한테도 좀 빌려달라고 했는데 어찌나 여시같은지.. 없다고 딱 잡아떼는데.. 보통내기가 아니더라고.. 내가 그냥 빌려달라고 했어? 이자준다는데도 싫다더라고....

 사람사는데 어떻게 내껏만 챙기고 살아.. 다 돈이라는게 돌고 도는거 아니겠어?

그러면서 정도 붙고....사는게 다 그런거지..요즘은 그래서 탈이라니까..그냥 아파트 문 딱 닫으면 다른사람이지.. 옛날에 어디 그렇게 살았냐고..김치담그면 온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했지 ..내거 니거가 어딨었냐고..

사람이 그렇게 각박하게 살면 못쓰는거야. 사람사는 맛이 아니지..아파트는 그래서 문제라니까.. 어디 태훈씨가 이사와서..응?  집정리하느라 반찬이 없어서..응? 고거 반찬 몇 개 가져와서  밥좀 먹고 있는데 와서 그냥 반찬을 그냥 쌩하고 가져가냐고..

아이고.. 여시야 여시.. 이 가자미 찜좀 먹어봐.. 알까지 들었어..빨리 먹어봐..

태훈:  집에 반찬이 없었겠죠..철호 밥차려 줘야 된다잖아요. 근데 집에 있는 반찬 다 가져오시고 집에 먹을거 떨어진거 아니예요?

미순엄마:  지금 우리집 식구가 문제야?  태훈씨가 그냥.. 내 아들같아서 그러지. 바로 옆집 사는데 내가 어떻게 걱정을 안하겠어. 챙겨줄 마누라가 있나..자식새끼가 있나..총각이 혼자살면 응....그러다가 밥제때 못챙겨먹으면..위장병 생기지. 위장병만 생기나?

태훈:  또 뭐가 생기는데요?

미순엄마:  골병이 드는거지.

미순엄마의 잔소리를 듣다보니 틀린말은 아닌 듯 하다. 가자미찜은 맛있었다. 그렇지만  걱정스럽게 태훈은 인형상자를 바라보았다.  저 인형 눈알을 다 붙이려면 이번주 일요일도 또 해저녁까지 집에서 보내야 한다. 집에 붙어 있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어깨가 뻐근하고 목이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안구 건조증까지 있는데 눈도 침침해 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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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는 벽에 두꺼운 종이를 하나 댄후 펜치로 콘크리트 못을 잡았다. 망치로 몇 번 내리쳤지만 못은 보란 듯이 다시 튕겨져 나왔다.

문희: 아니 남자가 못하나도 못밖으세요?

민수:  남자가 꼭 못을 잘 밖아야 하나요?

문희:  꼭 그런건 아니지만...

당연히 남자가 못정도는 밖으셔야죠. 하고 따지고 싶기는 했지만 뭔상관인가 내가 데리고 살 것도 아니고..어차피 나도 앞으로 혼자살아가려면 여자라도 못하나 정도는 밖을수 있어야 한다.잘 되지는 않지만 연습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어찌어찌하다가 못이 밖혔고 그 위에 액자를 걸고나니 대단한 일을 해낸 듯 뿌듯함이 밀려와 미소를 지었다.

민수: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못을 잘 밖으세요?

문희: 아니..뭐 그냥 해본건데 되네요..

민수: 여기도 좀 밖아주세요.

문희: 또요?

민수:  왜.. 힘드세요?

문희:  아뇨...뭐....

한번 성공했으니 또 못하란 법은 없지.. 문희는 망치를 부여잡았다.

민수: 제가..못에 대한 트라우마가 좀 있어서요.. 어렸을 때 못을 밟아서 파상풍으로 죽을 뻔 했었어요. 그 때 이후로..못을 보면 팔이 후들거리고..

문희: 그런 트라우마가 있었군요..

민수:  혹시 탕수육 좋아하세요? 이따가 탕수육 먹으러 가시지 않을래요?

문희:  아..네..근데 탕수육은 기름기가 좀 많아서..

민수:  그럼 드시고 싶으신게 뭐 있으세요? 참치회 먹으러 가실래요?

문희:  네 ..참치에는 수은 함량이 높다고..아니..그냥 먹을게요.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먹을게 어디 있겠어요.

민수:  네 하하하하.. 그렇죠.

 

철호는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밥을 펐다. 생각같아서는 반만 푸고 싶지만 먹는 욕구를 중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할 수 없이 평소대로 꽉꽉 눌러 한공기를 펐다.

엄마는 어디갔을까.. 엄마가 없어도 이정도는 차려먹을수 있어야 한다. 아빠가 없으니 나도 혼자 자립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계란도 하나 부치고 된장국도 덮혔다.

밥을 먹고 있을 때 문자가 왔다.

엄마 저녁 먹고 들어갈테니까 혼자서 밥먹어 냉장고에 반찬있는거 꺼내먹고..

알았어.

그나저나 민수아저씨가 이사왔다는데 한번 가봐야 될 것 같다. 엄마도 없는데 살짝 가봐야지. 민수 아저씨의 아파트는 잠겨 있었고 창문에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민수는 다시 돌아와 설거지를 마친후 티비를 틀었다. 평소 같았을면 책상앞에 앉아 숙제를 할 시간이지만 엄마가 없으니 이참에 잠깐 티비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민수 아저씨 한테 보냈던 카톡 메시지를 다시 확인해본다. 과연 이게 맞는 내용일까? 내가 한 말이지만 사실 이건 민수아저씨한테 계속 탕수육을 얻어먹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맞는것도 같다.

이러다가 정말 민수 아저씨가 우리 엄마하고 결혼하게 되는거 아닐까?

알았어요. 방법이 없는것도 아니죠. 알려드릴게요. 우선 한가지만 알려드리죠.

뭔데 빨랑 이야기 해봐.

우리엄마는 완벽한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유니셰프에 매달 이만원씩 기부하고 있죠. 불쌍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이예요.

어떻게 불쌍한 척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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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예를 들자면...

예를 들자면?

빨랑 얘기해봐.

아파서 누어 있다던지....밥해줄 사람이 없다던지...

오... 또..

뭐 빨래가 잔뜩 밀렸는데 해줄사람이 없다던지.... 글을 잘 못읽는다던지..

야 요즘 글 못읽은 사람이 어딨냐? 내가 80먹은 할아버지도 아니고..

뭐 그런 사람도 있잔아요 난독증이라고...

난독증이 뭔데.

난독증 몰라요? 어휴 무식하긴..

뭐 무식? 너 아버지한테 무식하다고 하면 안되지.

무식한걸 무식하다그러지 뭐라그래요? 그리고 아직 아버지 아니잖아요.

야.. 너 내가 너한테 사준 탕수육이 얼만데..

그리고 말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앞으로 탕수육 안먹어요.

왜?

기름기 많아서 살쪄요. 양잠피 먹을래요.

양잠피 같은 소리하고 있네.

싫음 말구요. 즐~~

야..

 

엄마가 유니세프에 이만원씩 기부했던 것은 맞다. 그렇지만 요즘은 하지 않는다.

엄마 왜 요새는 불우이웃 안도와?

내가 불우이웃이야.

그렇게 엄마는 자기가 불우이웃이라며 남 돕기를 중단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심지어 전에는 지하철에서 동냥하시는 분을 만나면 꼭 동전이라도 뒤져서 던져주고는 했지만 요즘은 못본척 하고 지나가곤 한다.

내가 할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면서 청소며 빨래며 설거지며 안시키는 일이 없다. 남자는 자립정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절대로 내일을 도와주는 법이 없었다. 이혼하고나서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자꾸만 반복해서 카톡의 내용을 훑어보며 생각에 잠겼다. 죄책감도 느껴진다. 그동안 얻어먹은 짜장면과 탕수육이 얼만데..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내몸이 이렇게 된 책임이 민수아저씨한테 있으니 잘못되더라도 내 책임은 아니다. 난 복수를 한셈이고 장업자득인 것이다.

앞으로 양잠피를 얻어먹으면..좀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수 있을까?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사실 민수아저씨한테 해준것도 없으면서 받아먹기만 했지. 그런데 양잠피가 왠말인가..나 자신이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태훈은 엘리베이터에 올라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누군가 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호 엄마였다. 같은 동 아래윗집에 사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

그렇지만 오늘처럼 단둘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던 적은 처음 인 듯 했다.

문희: 고맙습니다.

태훈:  저...

문희: .....

태훈:   지난번에 반찬 때문에 제가 본의아니게 피해를 드린 것 같아요.

 

옆집에 새로 이사오신 양반하고  같이 참치횟집에서 청하 한병하고 복분자를 섞어 마셔서 그런지 태훈의 말이 왠지 훈훈하게 느껴졌다.

문희: 반찬이요?  무슨...

문희는 모르는 척 시침을 뗐다.

태훈:  그때 미순엄마가 그쪽 집에 가서 반찬가져와서 먹어서 좀 화나셨었잖아요.

 

문희: 아네...그랬었나요?  그게 언제적 애긴데.... 뭐 본인이 직접 가져간건 아니잖아요.  거기 잘못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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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훈: 언제 시간되시면 제가 밥한끼 살게요.

문희: 아뇨.. 밥은 제가 사드려야 할 것 같은데..

태훈: 왜요?

문희:  반찬 빼앗아오고..저도 좀..그렇더라구요. 개도 밥그릇을 뺏지는 않는다는데 ..얼마나 황당하셨겠어요.

태훈: 저 그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태훈이 내리고 나자 괜한말을 했다 싶다. 왜 내가 밥을 산단 말인가..괜히 한소리니 정말 밥을 사달라고는 하지 않겠지..

뭐 아무나 사면 어떠랴.... 그리고 지나가는 소리로 한 얘기니 정말 태훈하고 같이 밥먹을 일은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만일 ..정말 밥을 산다면..정말 내가 사야할까?

우선 밥을 먹고 나서 신발끈을 묶어 볼까? 원래 내가 신발끈 묶는 스타일이 아닌데..

왜 자꾸 만일이 떠오르는 것인지.. 그냥 잊어 버리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신발끈을 묶지 않고 내 성격상 그냥 내가 계산을 해 버리면..난 뭐가 되는거지? 내가 뭐가 아쉬울게 있어서..밥을 산단 말인가.. 아니지.. 이건 말이 안되지.. 내가 괜한 소릴 또한 것이다. 이런 바보같은..

걱정하지 말자. 어차피 그럴일 없을 것이다. 지나가는 소리로 한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소파 한쪽에 잔뜩 쌓아둔 인형을 치우고 태훈은 지친 몸을 눞혔다. 내가 왜 밥을 산다고 했을까? 너무 오버다. 내가 뭐 윗집 여자한테 잘보일이 있어서 밥을 산다고 했는지.

날 뭘로 보겠는가.. 그냥 이여자 저여자 찝적대는 한량으로 생각하겠지.. 아니..그렇게 까지 볼 필요는 없겠지만 정말 밥을 사야 하지 않겠는가? 한번 말을 꺼냈으니..

무슨 핑계로 밥을 산단 말인가. 내가 밥을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정말 밥을 안산다면..날 또 뭘로 보겠는가? 그냥 지키지도 않을 얘기를 찍찍 내뱉고 다니는 놈.. 한심한 새키..

괜히 말을 꺼냈다. 이 밥통같은 자식..

난 그저.. 자주 부딛힐수 있는 사이고 ..한동네 사는 사람이고..에리베이터 안에 같혀 있는 그 몇초의 침묵을 견디지 못했을 뿐이다.

그나저나 이 눈깔을 언제 다 붙인다... 그냥 못붙이겠다고 다 돌려보내 버릴까... 그럴수 없다. 그동안 먹어치운 반찬이 얼만데..괜히 반찬을 먹었다. 앞으로 안먹겠다고 거절해 버릴까?

한동네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비인간 적이냐 어쩌냐 하면서 날 몰아붙일 것이다. 어떡하지....그래..좋은 생각이 있다.

 

철호는 거울앞에서 셔츠를 걷고 배를 만져보았다. 한동안 짜장면을 안먹었더니 배가 좀 들어간 것 같다. 그나저나 양잠피는 왜 안 사주는거야? 아주 배째라 이거지?

흥.. 내가 아들이었어봐. 양잠피가 문제야? 매일 용돈도 줘야 된다고.. 용돈 줘본적 있어? 어디 언제까지 않사주나 보자고..

철호는 휴대폰으로 배사진을 찍은뒤 유식이한테 전송했다.

유식: 이거 니배 맞아?

철호:  그럼 내배지 ..

유식:  그건 니배가 아니지..니배는 탕수육먹고 튀어나온 금붕어 배잖아.

철호:  이리  빨랑와바 직접보여주면 되잖아.

유식:  내가 니 배 보러 거기까지 가야되?

철호:  영화보러 가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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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이와 어벤저스 3를 보고 집에와보니 이모가 있었다.

이모:  수박먹어라

철호:  언제왔어?

이모:  응. 아까..

철호:  아까 언제?

이모:  아까 아까..

철호:  아까아까 언제?

이모:  수박이나 먹어..

문희:  얘 요새 다이어트 중이야.

이모:   통통한게 보기 좋은데 뭘 그래.

문희:  냅둬 뺀다는데 그래도 대견하지. 지가 알아서 뺀다니 얼마나 다행이야.

이모:  한창 먹을 땐데 키 안클까봐 그러지.

문희:  아유.. 설마 키 안클까봐 그래? 너무 잘먹어서 탈이지.

이모:  동식이도 딱 삼센티만 더 컸어도 얼마나 좋아. 180 되잖아.

문희:  키만 크면 뭐해.. 아이돌 시킬 것도 아니고..

이모:  하긴 아이돌도 다 키높이 신발 신었지 180 안된다더라.

문희:  키 커봐야 아무 소용없어. 인물 뜯어먹고 살래? 그냥 170만 넘으면 되.

이모:  170은 좀 너무했다.

문희:  그래도 동식이는 애비 닮아서 인물이 훤하니 얼마나 좋아?

이모:  뭐 철호도 잘생겼잖아 저만하면..

문희:  아유...뭐가 잘생겼어?  동식이가 낫지. 그나저나 얘는 왜 성적표를 안가져 오는거야. 야. 철호야.

철호:  왜.

문희:  너 왜 성적표 안가져오니.

철호:  여기..

문희:  아니.. 또 떨어졌어? 이게 뭐야 성적이

철호:  원래 고등학교 올라가면 다 그래.

문희:  너 요새 집에서 뭐하니?  문닫아놓고 컴퓨터만 하니?

철호:  공부해.

문희;  아오..내가 못살아 진짜 .. 이래서 대학교 가겠니?

이모:  동식이도 고등학교 올라가서 뚝떨어졌어. 원래 그래.

철호:  이모말이 맞다고요.

문희:   동식이는 얼굴이나 잘생겼지 내가 이야기 했지 너는 못생겨서 공부해야 된다고.

철호:  나도 못생긴 얼굴은 아니라고.

이모:  그래..왜 철호가 못생겼다고 그러니..애 기죽게시리..

문희:  너 내가 두고 볼거야. 너 다음에 성적 안오르면 아주 가둬놀테니까 그런줄 알어. 용돈 안줘.

철호:  알았다고요..

문희:  들어가 공부해 !

이모:  쟤가 중학교때는 공부 잘했잖아.

문희:  그러게 왜 점점 애가 이상해지는 지 모르겠어. 누구닮아서 그러는지.. 진짜.. 아주 뺀질뺀질 거리는게..

이모:  피는 못속여요.

문희:  못된것만 쏙 빼닮았다니까..

이모:  그래도 애를 잘한다 잘한다 치켜세워줘야지 맨날 구박만하면 더 삐뚜루 나간다니까..

문희:   잘하는게 있어야지 진짜 잘한다잘한다 해주지. 요즘은 설거지도 안해.

철호:  내가 언제 안했어.

문희:  야 밥알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데 그게 한거야?

이모:  왜 아들을 설거지를 시키고 그래?

문희:  요즘 남자 여자가 어딨어? 남자도 다 손에 물묻히고 살아야지. 부인이 해주는 밥만 먹고 살려면 장가가기 힘들다고.  그냥 남자가 부엌들어가면 고추떨어진다고 아무것도 안시켜서 남자들이 다 멍청해진다니까.. 글세..저기 옆집에 새로 이사온 남자가 있는데..

이모:  어디..604호?

문희:  605호

이모:  옆에 옆집이네.

문희;  응.

이모:  그런데.

문희:  짐 푸는것좀 도와주러갔는데 세상에 벽에 못을 못밖는거 있지. 나보고 밖아 달래서 세 개를 밖아주고 왔대니까..

이모:  어머 어머..무슨 남자가 못도 못밖니?

문희:  그리고 저녁 산다고 해서 참치먹으러 갔는데 세상에..푸하하...

이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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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 글세 주머니에서 포크를 꺼내더니 포크로 참치를 먹는거 있지?

이모:  뭐 포크로 참치를 먹어?

문희:  음.. 젖가락질을 못한 대..

이모:  세상에...무슨 회를 포크로 먹니 격떨어지게..

문희:  그러게나 말이야.. 누가 볼까봐 챙피해서 혼났어.

이모:  야 그양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젖가락으로 먹는거 하고 똑같은거지..거기 횟집 주방장들이 아주 짜증 제대로 났겠다얘.

문희:  불그락 풀그락 하더라고.. 인상 찡그리고..

이모:  아니 무슨 한국사람이 젖가락질을 못하니? 뭐..재미교포래?

문희: 아니..그게 아니고.. 어렸을 때 할머니한테서 자라서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대. 할머니가 눈이 잘안보이고 손이 떨려서 포크만 갖다줬대.

이모:  어머..안됐다얘. 니가 가서 좀 가르쳐 줘야겠다.

문희:  그게 다 자라서 배우면 되는건지 알어? 어렸을 때 배워야지

이모:  왜 안되..그까짓거 얼마 된다고 조금 배우면 되는거지.

문희:  아유..그냥 그러고 살라그래..

이모:  불쌍하다얘. 옆집사는데

문희:  그것만 그러면 내가 말을안해요..

이모:  또 뭔데..

문희:  글쎄 신발끈이 풀어져 있더라고..그런데 묶지를 않는거야. 그래서 내가 왜 신발끈을 안묶냐고 하니까..신발끈 묶을줄을 모른대요.

이모:  야 개 바보아니니?

문희:  그게 아니고..난독증이 있어서 신발끈을 못묵는대

이모:  난독증? 그게 뭔데?

문희:  왜 그거 있잖아. 글씨 못읽는 거..그런거 있어. 글자를 몰라서 못읽는게 아니고 뇌에서 글씨를 인식하지 못하는 거지.

이모:  아니 글씨 못읽은거하고 신발끈하고 무슨 상관이야?

문희:  글세 나도 그건 첨 들어보는데 하여튼 난독증이 있어서 신발끈 묶는데 헷갈린대.  오른쪽 왼쪽이 구분이 안된대. 그래서 내가 묶어주고 왔다니까.

이모:  야..가지가지 한다 얘.

문희:  뭐 어떻게 그러고 살았는지 몰라 마누라도 없는 것 같던데..

이모:  누가 데려가겠니 그런사람을..

문희:  뭐 평생 혼자살아야지 뭐.

이모 : 누가 돌봐주는 사람은 있니?

문희;  없나봐.

이모:  어떡하니..

문희:   뭐 다 자기 팔자지 뭐..

이모:  니가가서 좀 틈틈이 챙겨줘야겠다얘.

문희:  아유..내가 미쳤어? 내할 일도 산더미같은데 왜 내가 거기까지 신경써..

이모:  너 유니세프에 기부도 하고 불쌍한 사람 잘 돕잖아.

문희:  그것도 철모를때 얘기지 나이들어봐. 내가 불우이웃이라고..

 

철호는 방문 틈으로 엄마와 이모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분명히 난독증 이야기 하는거 보니 민수아저씨가 내말을 철썩 같이 믿고 실행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설마했는데 내 직감이 맞았다 엄마는 불쌍한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틀림없다. 자기가 불우이웃이라는데 이건 겜 셋이다. 어떡할까 민수아저씨가 계속 헛짓거리 하게 냅둬야 하나..그러자니 양심이 울고..말리자니 또 새로운 방법을 알려달라고 졸라댈 것 같고.. 낸들 무슨 수가 있겠는가? 왜 자꾸 나한테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는지.. 양잠피도 안사주면서..어디 하는거 봐서 결정해야겠다.

그럴게 아니라 이모든 사실을 유식이한테 알려 한번 방법을 연구해 보아야겠다. 유식이 그자식이 똑똑한척 하니까..뭔가 수가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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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 넌 게임에 약하니까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거야.

철호:  넌 스타크래프트를 그렇게 잘하면서 언제 공부할새가 있냐?

유식:  넌 방법이 틀렸어.

철호:  넌 뭔가 수상해.

유식:  뭐가 수상하다는 거야?

철호:  넌 공부도 잘하지 게임도 잘하지. 그게 이상하다는거야?

유식:  풋.. 공부는 다 하는 법이 있어. 그렇게 집에서 숙제만 꼬박꼬박한다고 공부잘 하는게 아니야.

철호: 공부잘하는 방법좀 가르쳐줘라. 그렇지 않아도 엄마가 성적 떨어졌다고 아주 난리났다. 이번달에 성적 오르지 않으면 나 밖에도 못나와. 그러니까 빨리 알려줘.

유식:  그게 타고나는거지 뭐 알려준다고 될 것 같애?

철호:   짜식 치사하게 그러지 말고 좀 알려줘..

유식:   집에서는 무조건 놀아야되.

철호:  야 그런거 말고..

유식:  장난인줄 아나보네.. 지금 나 놀고 있는거 안보여?

철호:   집에서 놀면서 어떻게 공부를 잘할 수가 있냐?

유식:  문제는 집중력이지. 놀아야 집중력도 생길수 있는거야. 수업시간에 완전히 집중해 그리고 집에서는 신나게 노는거야.

철호: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집에서 공부해도 따라가기 어려운 판에...

유식:  인간의 뇌는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하기 힘들게 되어 있어. 하루 여덟시간 공부하고 여덟시간은 놀고 여덟시간은 자야 하는 법이지. 그런데 그 놀아야 되는 여덟시간을 또 공부하게 되면 뇌가 어떻게 되겠니.

철호: 야 그게 말은 그럴듯한데 .. 니가 전에 예습 복습 하지 말라고 해서 예습 복습 안했다가 성적이 두배로 떨어졌어. 근데 이제는 아예 공부도 하지 말라고?

유식:  응.

철호:  아주 니가 나를 골로 보낼려고 작정을 했구나.

유식:  뭐 못믿으면 할 수 없고.. 잠깐 따라와봐. 좋은거 하나 줄게.

철호: 뭔데.
 

철호는 유식을 따라 화장실로 들어갔고 유식은 철호에게 담배를 하나 권했다.

철호: 담배아냐. 너 담배도 피니?

유식:  머리아플때 가끔씩..

 

철호는 집에 돌아와 유식이 준 담배를 꺼내 들었다. 필까 말까..충격이다. 유식이가 착한줄만 알았는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니.... 유식이에게 민수아저씨에 관한 모든 것을 털어놓으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유식이는 가까이 해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걸 어떡하지? 유식이 부모님한테 이야기 해서 하루빨리 유식이가 빗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유식이가 날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가 빗나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안되겠다.... 민수 아저씨 한테 한번 물어보아야겠다.

 

띵동 띵동 !

문을 여니 철호엄마였다.

태훈:  아 네.. 어쩐 일이세요?

문희:   밑 반찬좀 가져왔어요. 혼자사시는데 필요하실 것 같아서..

태훈:  아 뭐 이런걸 다.. 잠깐 들어오셔서 차한잔 하실래요?

문희:  네.. 뭐 그럴까요?

문희는 용기를 내어 태훈을 찾았다. 지난번에 태훈이 사과했으니 ..더이상 자존심 내세울 필요는 없다. 그리고..자신도 분명히 실수를 한 것은 맞다. 도로 반찬을 빼앗아 온것은...큰 결례를 했던 것임은 분명하다.

아래 윗집 살면서 서로 미운털 박힌채로 살아가는건 좀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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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  왠 인형이에요?

태훈:  옆집에서  가져온건데....

문희:  아니 부업하시는거예요?

태훈:   그건 아니고요...녹차드릴까요? 커피 드릴까요?

문희:   혹시 둥글레차 있어요?

태훈:   네 있어요.

문희:   없을줄 알았는데 ...다 갖춰놓고 사시네요.

태훈:   우리 회사가 차 만드는 회사예요.

문희:   어머...그랬구나..

 

태훈은 차를 만들어 테이블에 올려놓고 마주 앉았다. 가까이서 태훈을 보니 그 얼굴이 얼마나 곱게 잘생겼는지 정신이 혼미해 질 것 같았다.  안되겠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절대로 헤벌레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마치 주변에 무슨 공팡이 냄새라도 맡은 듯 얼굴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

미순:  이건 깻잎이고요. 이건 오이지무침 이건 가지무침이고..이건 도라지..그리고..이건 취나물이고요. 이건 시금치예요.

태훈:  뭘 이렇게 많이 가져오셨어요.

미순:  제가 조미료를 안써서 입에 좀 안맞으실 수도 있어요. 떨어지면 또 갖다 드릴테니까 말씀하세요.

태훈:  아유.. 감사합니다.

미순:  근데 인형이 수입이 좀 되나요?

태훈:  아뇨.. 돈벌려고 하는건 아니고요.  미순이네  아줌마가 좀 부탁하셔서.

문희:  아니 본인 일하기도 바쁘실텐데.. 정말 붙여줄 생각이세요?

태훈:  뭐 어쩔수 없죠. 옆집 사시는분인데 거절할 수도 없고..

문희:  원래 거절 못하시는 성격이신가봐요.

태훈:  네.. 좀..

 

 

미순은 sns에 올린 인형 눈알 붙이기 사진에 쏟아지는 답글에 다시 답글을 달고 있었다. 블로그에도  관심있는 이웃들이 의외로 많았다.  

파란바다: 어머 귀여워 ㅎㅎ 한알 붙이는데 십원이면 언제 만원 벌어요?

미순:  이건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돈벌려고 하는게 아니예요.

최석호:  저도 사실 저와의 싸움이 필요해요. 파이팅입니다.

미순: 우리가 절에가서 백팔번을 하더라도 돈이 생기는건 아니잖아요.

최석호: 백팔배요?

미순:  네.. 백팔배요. 무릎팍만 아프고..허리도 쑤시고 힘들지만 우리한테 돌아오는게 있나요. 오히려 돈만 내고 오게 되죠.

최석호:  그렇네요. ㅎㅎ

미순:   또 고스톱을 친다고 생각해보세요  밤새도록  꾸부리고 앉아서 혹사당하는것과 마찬가지죠. 허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결국 골병이 들지만 고스톱으로 돈버는 사람 있나요?  없습니다. 패가망신 합니다. 그렇지만 인형눈알은 붙이면 붙이는대로 모두 차곡차곡 자기 수입이 됩니다. 그러니 땀흘린 만큼의 보상이 돌아오는거죠.

최석호: 네.. 자기와의 싸움이네요.

미순: 파란바다님 한번 붙여보실래요?

파란바다: 전 아이돌이 꿈이라 노래연습하면서 시간 보내요.

미순:  아이돌이 되고 싶은 꿈은 멋지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초쳐서 죄송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잖아요.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서 꿈만 가지고 있다고 모두 아이돌이 될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파란바다: 실력이 뒤따라 주어야겠죠.

미순: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예요. 실력과 미모 그리고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고 해도 아이돌이 된다는 보장은 없죠.

파란바다: 운이 따라주어야겠죠.

미순:  네.. 그 운이 본인에게 반드시 따라줄 것이라고 확신하세요?

파란바다:  확신은 못하죠.

미순:  만일 본인이 정말 피땀흘려 노력했는데 결국 아이돌이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파란바다: 생각하기도 싫어요.

미순: 그런데 결국 파란바다님이 노래연습하는 동안에 저는 게속 인형눈알을 붙였는데 10년이 지났어요. 파란바다님은 아무런 결과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저는 천만원이라는 돈을 만들었어요.  

파란바다: 헉 천만원이나 되요?

미순:  자기와의 싸움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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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22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미순엄마는 밀가루에 소금을 뿌리고 물을 부었다. 숟가락으로 누룩누룩해질때까지 저은다음 부추도 송송 썰어 넣었다. 미순이하고 친구들한테 줄 것이지만 이왕하는김에 옆집 태훈씨한테도 갖다주어야 하니 넉넉히 만들었다.

후라이판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후 국자로 밀가루 죽을 떠서 지져내었다.  생각지도 않게 아이들을 데려와서 인형눈알을 붙인다니 대견하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운 보람이 느껴진다.

미순엄마:  얘들아 이것좀 먹고해.

석호:  네 감사합니다.

파란바다:  잘먹겠습니다.

미순엄마:  그래 너희들 생각잘했다. 세상 살기가 좀 힘드니? 너희 공부 아무리 열심히 하면 뭐하니. 그실력가지고 대학교 가겠어? 어차피 포기할건 빨리 포기해야지. 괜히 질질 끌고 있다가 결국 안될거..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죽도밥도 안되고..그럴시간에 차라리 인형눈알하나라도 더 붙였어봐.

석호:  대학교는 갈건데요. 그냥 취미삼아서 배우려고 왔어요.

미순엄마: 그래.. 다 그런때가 있지 뭐든 다할 것 같고..하면 다~~~할 것 같고.. 나도 그냥.. 원래 학교 선생님이 꿈이었어요. 그냥 수업시간에 선생님 얼굴만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그렇게 멋있어보이고 세상에서 제일 위대해 보이고 그렇지뭐..밖에 나가봐. 선생은 뭐 선생..길에 밟히는게 다 선생이지.

그 선생이 뭐 대단하다고 그렇게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지. 시간지나봐. 그때는 다 그런거야. 나이먹고 철들어봐..

미순:  아.. 알았어 엄마..

미순엄마: 이놈으 기지배는 그냥 ..

미순:  아좀 가서 테레비나봐 정신없어 우리끼리 그냥 놀게.

미순엄마: 아유.... 진짜 그냥. 아유..

미순:  부침개는 내가 부쳐먹을테니까 부엌에다가 놨두고..

미순엄마: 너는 아이돌이 꿈이라면서

파란바다:  네.

미순엄마:  그거 아이돌이 아무나 되는건지 아니?

미순:  아 알았다고 다 내가 얘기 했다고..

미순엄마:   그냥 티비보면 다 빨개벗고 나와서 춤추고 그러니까 나도 저까짓거 그냥 하면 되겠다 싶어서 그냥 너도나도 아이돌 되겠다고 그러니..그게 아무나 하는건지 아니?

파란바다:  네 저도 어렵다는 건 알고 있어요.

미순엄마:  돈갖다 바쳐야지 연습해야지 죽어라고 연습해서 목에 피가나도 발바닥에 굳은살이 밖혀도 될까말까한거야. 그거..그게 아무나 하는건지 아니?  달랑 학원비민 내는지 알아? 뒷구멍으로 다 또 돈들어가는거야. 어디 한두푼인줄 알어? 차라리 그시간에 인형눈알을 붙이는게 얼마나 쉬워. 그냥 가만히 앉아서..

미순: 엄마 우리 그냥 나간다.

미순엄마:  어유..그냥..

 

미순엄마는 일어서서 소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미순엄마:  아유..저거봐저거...

 

미순:  그러니까 이렇게 붙이면 쉽게 떨어져요. 보세요. 이렇게 둥글게 바른다음에 십초정도 누르고 있어야 되요.

석호:  아네..쉽지 않네요.

파란바다:  또 떨어졌어요.

미순:  하다보면 금방 익숙해져요. 처음이 좀 어렵죠. 근데 석호님은 진짜 손가락이 이쁘세요.

석호:  뭘요..헤헤..

파란바다:  어머 정말이예요. 혹시 피아노 치세요?

석호:  어렸을 때 조금 쳤어요.

미순:  어쩐지...예사롭지 않다고 했어요.

파란바다:  진짜 손가락이 예술이예요.

석호:  지금은 안친지 오래되서 못쳐요.

파란바다:  저는 손가락이 뭉툭해서 손가락 긴 남자가 좋더라구요.

석호:  남자가 손가락 길어서 어따써요. 뜨개질 할 것도 아니고..

미순 :  저 부침개좀 더 드릴까요?

석호:  네.

미순은 주방으로 들어가 부침개를 부쳤다. 그사이에 석호와 파란바다가 무슨 얘기를 그리 재밌게 하는지 깔깔대고 웃는다. 무슨 얘기하나 귀기울이다가 그만 기름이 얼굴에 튀고 말았다.

미순:  아뜨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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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29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미순은 서둘로 찬물로 얼굴을 씻은후 서랍에서 연고를 하나 꺼내 발랐다. 아이씨... 고운얼굴에 흡집나게 생겼네..

부치던거 마저 부치고나니 다섯장이 되었다.

석호:  와..감사합니다.

파란바다:  감사합니다. 잘먹을게요.  

미순: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셨어요?

석호:  아니 그냥 집안얘기좀 했어요.

파란바다:  석호님하고 저하고 전부 외동딸에 외동아들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통하는게 많은 것 같더라구요.

미순:   전도 외동딸이예요.

석호:   아..그래요?

미순:   예. 그래서 난 별로 안좋던데..

 

어느새 다섯 개 부친 부침개가 다 동이났다.

미순:   와 파란바다님 너무 잘드시는 것 같아요. 우선 이거 눈알좀 더 붙이다가 좀있다 또 부쳐드릴게요.

 

파란바다:  네.

석호:   아 파란바다님 진짜 잘드시네요.

파란바다: 네 제가 좀 많이 먹는 편이예요.

석호: 하루에 몇끼드세요?

파란바다:  다섯끼?

미순:  와..다섯끼요? 근데 살이 안찌세요?

파란바다:  이거 인형눈알 잘못 붙였는데 어떻게 해야 되요?

미순:  이건 이렇게 살짝 칼로 긁어낸다음에.. 다시 이렇게 붙이면 되요.

파란바다:  아 예. 저는 살이 좀 안찌는 편이라서 밤마다 꼭 라면 끓여먹고 자요. 근데도 살이 안찌더라구요.

이게 재밌는 얘기였나? 분명히 아주 시시덕 대고 둘이 좋아 죽었었는데..도데체 무슨 얘기를 했던거지?

석호:  네 저도 좀 많이 먹는 편이예요. 그렇다고 아주 많이 먹는건 아니지만..먹는거에 비해서는 살이 좀 안찌는 편이예요.

미순:  밤에 먹고 자면 나는 얼굴 부어서 안먹는데.. 6시 이후로는 안먹어요.

석호:  진짜요? 근데 통통하세요.

미순:  제가요?

파란바다:  아녜요. 별로 안통통해요.

 

석호하고 파란바다가 돌아간후에 미순은 곧장 화장실 거울앞으로 달려갔다. 도대체 어디가 통통하다는 거야. 아주 마르지도 않았지만  뭐 이정도는 되야지 삐쩍 꼴아서 피골이 상접하기라도 해야 된단 말인지.. 아오..진짜 어이가 없어서..

미순엄마:  야..너 인형 얼마나 붙였니? 붙인거 다 내놔봐.

미순:  이거지 뭐..

미순엄마:  아니 여태 이거 붙였어? 어쩐지 시시덕거리고 놀더라니..야. 놀러 데려왔니?  아니 어떻게 부침개는 삼만원 어치를 먹어치우고  인형 눈알은 셋이서 삼천원 어치를 붙여.

미순:  아유..첨이니까 그렇지 첨부터 잘해?

미순엄마:  아무리 첨이라도 그렇지..그리고 부침개 남기라고 했더니 어떻게 싸그리 먹어치우니? 아주 밀가루 한통을 다 잡아먹었더라.

미순: 아유..내가 밀가루 사다놓을테니까 걱정하지마.

 

철호는 605호의 벨을 눌렀다. 민수 아저씨가 양잠피를 주문했다고 먹으러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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