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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문희네 집
매주 월요일 밤 연재됩니다. 글 허진

 

태훈: 마시고 왔어요.

미순엄마:   한잔 더한다고 죽어? 빨리 앉아봐.

태훈:  또 신세타령하려고 그러는거 잖아요.

미순엄마: 아냐.. 안할께 앉아봐.

태훈:  무슨 얘기하시려고요.

미순엄마:  내가 무슨 얘기 했으면 좋겠어?

태훈:  그냥 생산적인 얘기를 해보세요.

미순엄마는 태훈에게 맥주를 따랐다.

미순엄마:  어떻게 삶이 언제나 생산적일수 있어? 닭이 하루에 한 개씩 달걀 낳지 매일 낳고 싶은 만큼 날수 있어? 생산적인것도 정해져 있는거라구.

태훈: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 인지.. 계속 여기서 지낼 수는 없잖아요.

미순엄마:  내가..죽고 싶은만큼 힘들었을 때.. 내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 남편은 도박으로 잃은돈을 충당하기 위해 내가 장롱밑에 감춰둔 돈까지 훔쳐갔지. 그리고 거부하면 손찌검을 날렸어. 다 내가 전생에 지은죄가 많았기 때문이야.

태훈:  이혼하면 되잖아요.

미순엄마:  이혼하면 날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했어. 그리고 자식까지 있는데 어떻게 이혼해.

태훈:  경찰에 신고하세요.

미순엄마: 날 가만두지 않을거야. 경찰이 날 보호해 줄 수는 없어.

태훈:  제가 좋은 일자리 하나 소개시켜 드릴까요?

미순엄마:  필요없어.

태훈:  인형 눈알 붙이는 것 보다 낫다니까요?

미순엄마: 내얘기를 좀 들어봐.   하나밖에 없는 자식은 날 따라주지도 않고 아빠하고만 붙어다녔지. 마치 내가 자기를 구박이라고 하는 듯이 아빠한테 고자질 하고..아빠는 그런 날 마귀할멈 보는 듯이 대했어. 난 외톨이었어.

태훈:  그게요.. 한달에 한 이백은 번데요. 꽃집인데요. 손에 흙묻히는건 좀 있지만 .. 숙식제공도 하고요.

미순엄마:  세상에 혼자 남겨진듯한 기분.. 태훈씨는 이해할 수 있어? 이해할 수 없을 거야. 태훈씨같이 잘난 사람이 이런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겠어.

태훈:  아니..인형 눈알 붙여서 한달에 얼마버세요?

미순엄마:  삶이란..항상 내편이 아니었어.

태훈:  미순엄마 ! 제얘기 듣고 계시냐고요.

미순엄마: 신은 날 버렸다고.. 날 내 버려둬.

미순엄마는 탁자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태훈은 미순엄마를 끌고 소파위에 눞혔고 담요를 하나 덮은 후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유식: 제가 도움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저 철호 친구이구요. 유식이라고 합니다.

민수는 카톡 메시지를 확인하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철호친구라고? 유식이?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민수:  유식이?  너..잘걸렸다. 너 임마 담배핀다며.

유식:  어찌 학생의 신분으로 담배를 피울수 있겠습니까?

민수:  철호가 다 얘기했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봐주지. 계속 거짓말하면 국물도 없어.

유식:  그건 지금 우리가 나누어야 할 시급한 대화의 주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민수: 시급한 대화의 주제?

유식:  철호엄마와의 관계에 관한것입니다.

민수:  뭔소리야.

유식:  철호와 저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입니다. 서로간에는 비밀이 없는 것이지요.

민수:  그래서.

유식:  제가 돕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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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13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민수:  아주 니기 죽을려고 빽을 쓰는구나. 어떻게 도울건데?

유식:  철호엄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시죠?

민수:  알만큼 안다임마.

유식:  지피지기 백전 백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민수:  그런데.

유식: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는 것이죠.

민수:  그래서.

유식:  철호엄마의 마음을 얻으시려면 철호엄마에대해서 상세히 아셔야 합니다.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민수:  그래서 너 뭐 아는거 있어?

유식:  있습니다.

민수:  뭔데.

유식:  저도 철호와 동일한 대우를 받기전까지 밝힐수 없습니다.

민수: 동일한 대우라니.

유식: 저와 철호는 동고동락한 사이입니다. 콩한쪽도 나눠먹는 사이죠.

민수: 그래서.

유식:  양잠피도 나눠먹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민수:  만일 너 양잠피 먹고나서 헛소리 하면 국물도 없어.

유식:  여부가 있겠습니까

민수:  어디한번 보자. 저녁에 집에와 봐 철호하고 같이.

 

미순은 일기장을 펼쳤다.

그리운 엄마. 엄마가 집을 떠난후..내 삶은 그늘졌다. 내삶은 갈곳을 잃었고 생기 가득했던 집은 더 이상 사람사는 집이 아닌 듯하다. 어디서 무얼하고 계신지..

이건 좀 아니다 싶다. 그래 좀더 솔직해 지는거야.

엄마 제발 돌아오지 말아줘. 엄마가 없는 동안 나는 숨을 쉴 것 같아. 내가 살기 위해서는 엄마가 죽어줘야되.

이것도 아니다. 미순은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저녁마다 미순은 두 개의 일기를써내려 갔다. 그것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은 이중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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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27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2016년 2월 7일 날씨 흐림 영하 7도

엄마는 오늘도 오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온다해도 이제 아빠는 엄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성형수술 하겠다고 인형부업에 목맨  엄마를 아빠가 가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왜 내가 비밀을 지키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건 고자질이다. 만일 엄마가 돌아온다면.. 그리고 아빠가 엄마를 용서한다면 나는 죽음이다. 비밀을 누설한 나를 엄마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엄마는 이제 돌아와서는 안된다. 어쩔수 없다. 내가 살기위해서는 그녀가 죽어줘야 한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엄마였다.

응 엄마. 나야.

잘 있었어?

응.

뭐하고 지냈어? 인형눈알은 많이 붙였니?

아니.

왜? 그동안 뭐했어?

공부해야지.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했잖아.

아버지가 다 갖다 버리라고 해서 인형집에 돌려줬어.

아빠가 나 안찾디?

오면 죽인대.

알아. 그런데 요즘도 그러냐구.

응. 근데 어딨는거야?

그냥 바람좀 쐬고 있었어. 나 오늘 들어갈게.

안돼 엄마 오지마

왜 내집에 내가 못들어가?

아빠한테 걸리면 어떡할려고..

뭐 내가 죄졌어?

엄마가 코수술 할려고 부업한다고 다 얘기했어.

뭐? 그거 비밀이라고 했잖아.

어차피 성형수술 하면 다 알게될텐데 미리 얘기하는게 낫잖아.

아이씨.. 몰라.. 하여튼 나 오늘 밤에 들어갈테니까 그런줄 알아.

몇시에...

엄마는 전화를 끊었다. 큰일났다. 다시 부업하는 중학생이 되기는 싫다.  어떡하지...그래..유식이가 만들었다는 이혼가정 까페가 있다던데 한번 찾아서 상담해보는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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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2 07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저의 엄마는 집을 나간후 한달이 넘게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엄마가 오늘 들어온다는 거예요.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유식은 까페에 올라온 미순이의 글을 읽었지만  그보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오늘 저녁에 민수아저씨네 집에서 양잠피를 먹는 날이기 때문이다.

까페를 열고 쏟아지는 질문들과 고충들을 하나씩 풀어주느라 요즘은 숙제할 시간도 없다.

내일 알려드릴테니 하루만 시간을 벌어보세요.

 

띵동 띵동.

유식은 민수아저씨네 집의 벨을 눌렀다. 그러자 대머리에 마치 잔디처럼  턱에 새파랗게 턱수염이 자라고 있는 오십대 후반쯤 보이는 늙은 아저씨가 문을 열었다.

흠..악조건이야.

어떻게든 철호 엄마와 둘사이를 매치시켜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든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장래희망이 재벌 회장으로  한번 시작하면 결과를 볼때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 불도우저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현대자동차 정주영 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책을 읽고 나는 결심했었지. 결코 물러서지 않으리라 실패는 없으니까. 양잠피를 철호혼자 먹게 내 버려 둔다는 것은 곧 친구에게 콩한쪽마저  모두 내어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공평한 것이 허락되지 않는 친구관계는 있을수 없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양잠피는 이미 내수중에 있다. 한번 찍은 것은 결국 내것이 될 것이다.

민수아저씨:  앉아봐. 만일 니가 말하는 방법이 정말 유익하다면 내 너를 살려두지. 그렇지만 만일 씨도 먹히지 않는다면 넌 살아서 돌아갈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유식: 네.

철호: 그래도 얘가 머리는 좀 잘돌아가요. 공부도 잘하고요.  5등안에 들어요.

민수 아저씨: 말해봐.

유식; 먼저 양잠피를 먹기 전까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민수: 우선 짜장면이나 먹고 나서 들어보지. 첨부터 양잠피를 사줄순 없어.

유식: 좋습니다. 짬뽕으로 먹겠습니다.

띵동 띵동

잠시후 짬뽕이 도착하기전까지 긴 침묵이 흘렀다. 민수 아저씨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헐렁한 런닝셔츠에 반바지만 입고 있었는데 방바닥에서 뜨거운 열기가 훈훈하게 올라오기는 했지만 다혈질 처럼 보였다.

소파에 누워서 짬뽕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저씨의 발바닥이 어찌나 두꺼워 보이는지 저 코끼리 같은  발바닥으로 한 대 맞으면 얼굴이 날아갈 지도 모르겠다는 위협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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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2 07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침묵을 견딜수 없어 유식은 카톡으로 미순에게 접속했다.

유식:  급하다고 해서 카톡 드렸습니다.

미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온대요. 어떻게든

막아야 하거든요.

유식: 왜죠? 왜 엄마가 오지 않기를 원하는거예요?

미순:  엄마가 인형 눈알 붙이는거 시키는 통에 공부를 못하겠어요.

유식: 그래서 혈육의 정을 끊겠다는 것인가요?

미순: 그럴순 없겠지만.. 어쨌든 돌아오는 것은 반대예요.

유식:  아빠는 뭐라고 하세요?

미순:  엄마가 오면 죽여 버리겠다고 벼르고 있어요.

유식: 근데 엄마가 어떻게 돌아오죠?

미순:  엄마는 아빠를 무서워 하지 않아요. 맞장 뜰거라구요.

유식:  좋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미순:  네. 뭐죠? 빨리 말해주세요.

유식:  유료이므로   아래 계좌 번호로 2천원을 입금해주세요.

미순:  알았어요.

유식:  농협 1234-343-55333 장유식

미순:  입금했어요.

유식:  복어알을 팔고 있는 복집을 알고 있어요. 물론 아무나한테 파는 것은 아니죠. 은밀한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겁니다.

미순:  저보고 엄마를 죽이라는 건가요?

 

띵동 띵동

배달왔습니다.

유식은 짬뽕을 먹으면서 계속 곁눈질로 카톡을 들여다 보며 상담에 응했다.

유식:  죽이는 건 원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미순:  이천원 돌려주세요. 상담이 상담같아야 상담을 하죠.

유식:   그냥 미순씨의 마음을 떠본 것 뿐입니다. 죽이고 싶은 정도는 아니신 것 같고..  지금 조금 바빠서 오늘 저녁에 연락드릴게요.

미순:  오늘 밤에 온단 말이에요.

유식:  그전에 연락드릴게요.

민수:  얌마 짬뽕이나 먹어 무슨 카톡질이야. 이래 내.

유식:  죄송합니다. 일이 밀려서.. 끝났습니다.

철호:  얘가 상담하느라 요새 바빠요.

민수:  이제 슬슬 불어보시지. 짬뽕 얻어먹고 토낄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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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2 07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철호:  좀 고전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여자는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구해주는 남자에게 마음을 주게 되어있습니다.

민수:  그래서..

유식:  아는 사람 몇 명을 섭외하여 골목길에서 철호어머니를 만나서 위협할 것입니다. 그때 민수 아저씨가 나타나..

았뜨거..

갑자기 유식은 머리위에 뜨거운 것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으나 뜨거운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머리위에 엎어진 짬뽕국물이 온몸을 타고 흘러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남은 짬봉 국물을 모두 마시고 이야기 해야 할 걸 그랬다.

민수:  이자식이 듣자듣자 하니까..  뭐? 뭘 섭외해?

이거 들고 무릎꿇고 있어.

유식은 짬뽕 그릇을 뒤집어 쓴채 철호가  먹고난 짜장면 그릇을 두손으로 들어 올렸다.

민수:  너 한번만 그딴 소리 씨부렸다가는 그 짬뽕국물 식기전에 엎어 버릴 테니까 그런줄 알어.

그때 다시 벨이 울렸다. 양잠피가 도착했고 민수와 철호는 양잠피를 나누어먹기 시작했다.

민수:  똑바로 안들어?

유식:  기회를 주십시오.

민수:  무슨 기회?

유식:  방법은 하나만 있는게 아닙니다.

민수:   뭔데.

유식:   철호엄마가 아픈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민수:  그래서.

유식:  절대로 아픈척을 하면 안됩니다.

민수:  그럼 어떡하라고.

유식:   건강하고 튼튼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민수:   뭘 어떻게 보여주라는거야?

유식:   아령이나 역기를 들고  운동하면서  근육을 보여주면 여성은 넘어오게 되어있습니다.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남자들의 식스팩입니다.

유식은 갑자기 뒤로 넘어졌다. 민수가 던진 군만두 접시에 이마빡을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민수: 야 임마  없는 식스팩이 어떻게 생기냐 임마 . 이게 아주 정신을 덜 차렸네. 다리한짝 들어..

유식은 짬뽕그릇을 머리에 인채로 다리는 한짝 들어올렸다.

민수:  너 그쪽다리 땅에 닿을 때 마다 한 대야.

철호:  아저씨.... 양잠피 식어요. 빨리드세요.

민수:  무슨 양잠피가 식어 원래 찬건데..

철호:  아 그런가..

유식:  절대로 양잠피를 다 드셔서는 안됩니다.

민수:  뭐? 니가 아주 간을 배밖으로 내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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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3 17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문희는 벌써 한달째 도서관에서 태훈을 보지 못했다. 태훈이 날 피하고 있는 것일까? 나를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어쩌면 내가 그에게 부담을 주었던것일수 있어.

좋아하는 감정은 숨길수 없다고 하지. 나는 내딴에는 그에게 관심이 없다고 늘 최면을 걸고 있었지만  내가 그를 좋아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가 싫은 것은 물론 아니고 내가 6살 더많은 연상으로서 굳이 싫은 내색까지 하면서 내감정을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참외밭에서는 신발끈을 묵지 말라. 내가 애써 그에게 거리감을 두려하지 않았던 것이 그리고 은연중에 보여주었던 그를 향한 호감이 그에게는 참외 도둑질로 보였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부러라도 괜히 그를 피해야 하는 것일까? 그가 없는 도서관이 왠지 더 쓸슬하게 느껴진다. 마치 바람이라도 맞은 사람같은 느낌이 든다.

그 때였다. 누군가 들어오고 있는데 혹시나 태훈일까 보니 민수씨였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있어서 못알아 볼뻔 했다. 이 도서관을 어떻게 알았지? 난독증 있다는 양반이 책읽으로 올리는 없고.. 신문을 봐도 연예기사만 보는 것 같던데

혹시 나를 보러 온것일까? 내가 여기 자주온다는 정보를 철호한테 들었겠지. 뭐 이 도서관을 내가 세놓은 건 아니니.. 오건 말건 내가 신경쓸 일이 아니지만...

민수는 모르는척 문희의 옆을 지나갔다. 유식의 말대로 절대로 아는척을 해서는 안된다. 눈도 마주치지 말라고 했다. 왜 철호는 여태 이런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매주 한번씩 양잠피를 유식이에게도 사주게 생겼다.

진작 철호가 알려주었다면 양잠피값이 굳었을 것이 아닌가 . 띨띨한 놈.. 어찌 지 엄마를  친구가 더 잘 안단 말인가. 그러니 성적이 그모먕이지.

그래.. 여자들이 지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맞다. 괜히 그동안 철호말 들었다가 손해만 봤던 것이다. 신발끈 못묶는 남자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검정색 안경도 하나 맟춰 쓰고 나니  나름 고지식해 보이는게 인상이 달라보인다. 작전을 바꾸어야 한다. 이제 난독증 컨셉은 종료한다. 그리고 유식이 말대로 식스팩도 만들고.. 그러면..틀림없이 넘어올 것이다.

뭐 나라고 식스팩 못 만들라는 법은 없지. 그래 내가 더러워서 식스팩 만들어준다. 그래..

 

두시간쯤 지났을까.. 문희는 커피를 뽑으러 매점을 향했다. 아마.. 저인간이 슬슬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냄새맡고 다가올지도 모른다. 사실 그동안 의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수씨가 정말 못하나도 못밖는 핸디캡 때문에 나를 가까이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만에하나 나를 좋아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남자만 보면 누구나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도끼병이다. 그래서 애써 그러한 가능성을 배제해왔다. 그런데 나도 주체할 수 없는 도끼병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나리오가 하나 그려진다. 민수씨와 철호가 특별히 가까운것과..아파서이기는 하지만 매사에 나에게 의지하려는 모습..그러한것들은.. 왠지모를 운명의 사슬이 점점 조여져 오고 있는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이상한 존재다 피하고 싶은데 자꾸 가까워지는 이상한 관계. 그러한 사람이 있다. 그것이 결국은 사랑이 아닐까?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억지로 맺어진 인연이다. 내가 부모를 선택해서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결국 싫건 좋건 우리는 부모를 사랑해야 하며 사랑한다. 남녀관계도 그러한 관계가 되기 쉽다. 가까우면 결국 사랑하게 되는....

물론 민수씨가 의도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그와 가까워져가고 있는 것이 은연중에 몸속의 DNA가 경계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부모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지만 남녀관계에 있어서까지 '어쩔수 없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는 않다. 사랑에 있어서만은 그것이 '자발적인 선택'이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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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3 17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커피를 다 마시고나서 문희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민수씨는 그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간것일까? 만일 내가 자리를 떴다는 것을 알았었다면.. 나를 찾아 매점으로 올 수도 있지 않았었을까?  설마 내가 여기 온 것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날이 어둑어둑 해졌다. 더 늦기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너무 늦으면 무서움을 타는 것은 여자들의 본능이고 나도 여자인이상 어쩔수 없다. 곁에 남자라도 있으면 모를까 혼자사는 여자는 언제 누가 업어갈지 모르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세상이 날로 흉흉해지고 있다. 정문즘에 도달했을 때에 벤치에 민수씨가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는 척을 해야 할까? 또 신발끈 묶어달라고 할까 겁니니.. 못본척하고 지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태훈이 도서관을 다시 찾았을 때에 쓸쓸하게 혼자서 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 그는 점점 기고만장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초라한 늙은 여자가 될 것이다.

그에게 내가 내심 기대고 있는 늙은 여자라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민수씨를 이용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이기적인 이용인지 모른다. 단지 민수씨와 가까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태훈으로부터 자존심을 지켜나가는것.

좀 양심에 걸리기는 하지만 들키지 않는한 완전 범죄다. 그리고 내가 혹시라도 태훈을 얻기위해서 이런 행동을 한다면 .. 즉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기라도 하기 위해 민수씨를 이용한다면 내가 나쁜 여자이겠지만.. 난 그저 태훈과 거리를 두기위한 것뿐이다. 나 스스로 자꾸 태훈에게 말려들어가는 모습을 스스로 부정하기 위한 것 뿐이며 엄밀히 말해서 이런 것 까지 이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혹시 민수씨가 날 좋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민수씨에게 희망고문을 시키는 것이므로 이것도 양심에 걸리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설령 그렇다해도  민수씨가 날 좋아하고 있다는 흔적은 아직 발견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문희는 심호흡을 한번 가볍게 한후 민수를 향해 다가갔다. 민수는  한쪽 다리를 다른쪽 다리위에 걸친후 신문을 펴 들고  읽고 있었다. 언제부터 안경을 썼는지 두꺼운 검정 뿔테 안경은 마치 복덩방 할아버지를 연상 시킨다.

문희:  여기서 또 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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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 :  아네..

절대로 아는척 하지 마세요. 눈도 마주치지 마세요.

민수는 문희인것을 확인하고 바로 눈을 내리깔고 신문지에 코를 처밖았다.

문희:  여기 도서관에 자주오세요?

민수:  ........

문희:  말이없으시네.. 저 그럼 담에 뵐께요.

민수:  .......

이런.. 썩을...뭐야. 그냥가네.

민수는 휴대폰을 꺼내 카톡에 접속했다.

야. 뭐야 그냥가는데.

괜찮습니다. 그냥 무시하세요.

나 여기 왜 온거니 그럼.

다음주 일요일날 또 오셔야 합니다.

만일 다음 주 일요일 날에도 또 그냥 가면 어떡하라고

그럼 다음다음주 일요일날 또 오시면 됩니다.

그럼 다음다듬주 일요일날에도 또 그냥가면 어떡하라고.

그때는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분명히 먼저 말을 걸어올 것입니다.

만일 그때도 모른척 한다면?

틀림없이 됩니다. 만일 안된다면..제가 먹은 양잠피는 모두 토해내겠습니다.

그걸로 안되지.

그럼 어떻게 할까요.

양잠피를 토해낼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철호와 내 양잠피 값은 니가 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1년후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왜 지구는 점점 더워진다는데 겨울은 항상 추운것을까. 겨울이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제 인형눈깔 붙이는것도 모자라 도서관을 다녀야할 고등학생인 나는 목도리까지 짜야 한다.

나도 꿈이 있다. 영문과에 진학해서 교단에서야 하는데 목도리에 인형눈깔에..아무래도 그른것 같다. 턱걸이로 인문계에 진학하긴 했지만 대학은 꿈도 꿀수 없다. 꼴찌 면하기도 힘든데 무슨 대학이란 말인가.  내 꿈을 철저히 짓밟은 엄마..그때 복어알을 먹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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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정신 똑바로 차리자.

미순은 써놓은것 들 위에 마구 동그라미를 그렸으며 특히 복어알 부분을 새까맣게 칠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 새로운 일기장을 작성했다.

엄마...사랑하는 엄마..엄마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이세상에 존재했을까. 엄마의  컴플렉스 낮은코 찢어진 눈 광대뼈... 내 한몸 희생해서라도 뼈빠지게 일해서 엄마의 꿈을 이루어 주리라. 엄마 조금만 기다려줘요. 엄마가 없으면 나도 없었고 우리는 한몸과 같아요. 나의 미래는 중요치 않아요.

미순은 다시 까맣게 칠한 페이지를 들여다 보았다. 어느것이 내마음인지 모르겠다. 그때 유식이의 상담을 받을걸 그랬을까? 이천원이 아까워 그만 환불받고 말았지. 이천원을 벌려면 인형 눈알을 삼백개를 붙여야 한다.

  이천원 아낄때가 아니지..

미순:  저 미순이예요. 상담 가능한가요

유식:  카톡 !  네 가능합니다. 무슨 상담인가요?

미순: 또 지난번처럼 복어알같은 얘기하시는건 아니죠?

유식:  카톡 !  아닙니다. 상담료는 이천오백원입니다.

미순:  이천원이었잖아요.

유식:  올랐습니다.

미순:  아니 무슨 재벌되려고 그러세요?  무슨 고등학생이 돈욕심이 그렇게 많아요?

유식:  제가 요즘 돈쓸일이 너무 많아서 할수 없이 올렸습니다. 철호하고 민수아저씨 양잠피값을 벌써 일년간 매주 제가 지불하고 있어요.  한달 동안 돈이 없어 민수 아저씨가 대신 냈고 다음 주까지 원금에 30% 이자를 갚아야 합니다.

미순:  헐..무슨 이자가 그렇게 세요? 사채업자 아니예요?

 유식:   자세한건 모르겠습니다.

미순:  좋아요. 이천오백원드리죠. 계좌번호 찍어주세요.

유식:  저 그런데...혹시 그 인형눈알 붙이는거 저도 좀 할 수 있을까요?

미순:   알았어요. 일감드릴테니까 우리집으로 오세요.

유식:  상담도 그때 하는게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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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3 17  저작권 아저씨닷컴 저작권 보유 무단 복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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